이은정 : Sweet Eddict
2025. 9. 9 - 9.21
개나리미술관
후원 강원문화재단, 강원도
불안의 세계, 모즈비 월드
불안은 미래를 계획하고 대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과도한 불안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 일상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과도한 경쟁, 정보 과부하,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을 더욱 증폭 시킨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타인의 기대에 맞춰 ‘나의 모습’을 잃어 갈수록, 내면과 외면의 괴리감이 커지며 불안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른 사회생활과 주어진 역할에 대한 압박감은 나를 인정 욕구에 매몰되게 했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여기며 주변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나는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을 느꼈다. 일상이 무너진 후에야 비로소 ‘내가 잊고 살았던 모습’을 찾게 되었고, 나의 경험에서 확장된 상상의 세계인 ‘모즈비 월드’ 안에서 불안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달콤함의 이면
‘모즈비(MOZBIE)’는 좀비(ZOMBIE)라는 단어를 재배열하여 만든 이름으로, 파랗게 질린 좀비 캐릭터에 내면의 불안을 투영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첫 개인전 《UNDEAD or NOTALIVE》(2024)가 모즈비의 존재론적 괴리감을 다룬 서사의 프롤로그였다면, 《Sweet Addict》 전시에서는 모즈비의 불안을 쫓는 여정이 시작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갈망하는 달콤함의 이면에 숨어 있는 불안의 단면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인류의 오랜 진화는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포도당 섭취는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도파민과 엔도르핀을 분비함으로써 쾌감을 주었고, 이는 포도당이 생존에 필수적임을 뇌에 각인시키는 기제가 되었다.
그러나 과거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이 보상 시스템은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중독으로 변모했다. 단순히 단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설탕을 찾고 섭취하지 못할 때 불안, 초조함을 느끼는 ‘당 중독’은 비만과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었다. 이러한 중독은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디지털 환경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교란시켜 ‘도파민 중독’을 초래한다.
'좋아요', 팔로워 증가 등 타인에게 받는 사회적 인정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음식 섭취와 유사한 쾌감을 유발하고 해당 행동을 반복하게 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흥미를 예측해 중독적인 루프를 형성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끝없는 비교는 경쟁 심리를 강화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이 현상은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능력을 떨어뜨리고 충동적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즐거움과 쾌락이 끊임없는 환경은 현대인의 일시적인 현실 도피처에 불과하다. 그에 따른 피상적 중독은 더 강한 자극을 갈망하게 만들어 의미 있는 즐거움에 대한 감각을 둔화시키고, 달콤한 중독 상태에 머무르게 할 뿐이다.
♥ = swe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