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Form Fades
;from heaviness to lightness
이고은 개인전
2025. 4. 30 – 5. 16
■ 전시소개
Foam Fade
;from heaviness to lightness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무게와 존재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해석해 온 이고은 작가의 개인전 《Foam Fades》가 2025년 4월 30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PACE 22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존재의 본질과 삶의 무게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두 개의 시리즈인 vanish and exist와 from heaviness to lightness를 통해 '형태가 사라지는 순간'과 그 안에 남겨진 의미를 탐색한다. 작가는 고전 석고상의 형상을 해체하고, 그 파편화되는 장면을 고속 촬영으로 기록하여 이미지화한다. 형상은 폭발이라는 극단적 개입 속에서 붕괴되고, 그 파편은 조용히 흩어지며 낯설지만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통, 권위, 감정, 기억 등 우리가 오랫동안 짊어지고 살아온 ‘무게’의 실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이 사라질 때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의 본질’을 조명한다.
단단한 형상이 허물어지고 파편화되는 장면은 단순한 파괴의 이미지가 아닌, 존재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행하는 변화를 상징한다. 이고은 작가는 이러한 ‘무너짐’과 ‘사라짐’의 찰나 속에서 오히려 존재의 본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SPACE 22는 이번 《Form Fades》 전시를 통해 이고은 작가가 바라본 해체의 시선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새로운 의미의 층위들을 관람객과 공유하고, 존재에 대한 사유의 경험을 제안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space22 갤러리
Tel : 02. 3469.0822 / Adress :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 작업노트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from heaviness to lightness
나는 오랫동안 '형태가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지점에 주목해왔다. 완전함을 지향하며 이상화된 형상들이 무너지고 흩어지는 찰나를 포착하면서, 물질이 변화하는 그 미묘한 과정 속에서 존재의 본질로 다가가는 순간을 기록하고자 했다.
작품의 중심 대상은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조각상과 고전적인 미의 상징들이다. 육체적 완전성, 이상화된 여성상, 지식과 권력의 상징인 석고상을 해체했다. 폭발과 붕괴의 찰나는 사진 속에서 영원히 정지된 채, 대상의 원형은 서서히 희미해진다.
그러나 이 해체 과정은 단순히 파괴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익숙한 믿음과 전통적 가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간극에서 새로운 미적 감각과 의미를 창조하는 시도이다. 형상의 균열과 파편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구조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낯설지만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형태가 사라지는 순간, 존재의 본질은 오히려 더 선명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작업에서 등장하는 하늘, 흙, 물, 돌 등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해체된 형상들이 되돌아가는 근원의 자리이자, 모든 생명이 순환하는 무대다. 조형물이 파편이 되어 흩어지는 순간, 그것이 다시 자연으로 스며드는 과정 속에서 나는 '사라짐'이 단절이 아니라 귀환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나는 우리가 짊어진 무게들 육체와 감정 _ , 기억과 전통, 책임과 상처에 주목한다. 단단하고 완벽해 보이는 형상들이 결국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통해, 해체와 비움이 불러오는 해방과 자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견고한 표면 아래 숨겨진 균열과 불완전함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된 공간은 내 개인의 기억과 조상의 역사, 그리고 가족과 전통이 중첩된 장소이다.
그 위에서 형태가 소멸되는 과정은 과거로부터의 해방이자, 다시 시작하기 위한 침묵의 움직임이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변형이며, 무너짐은 새로운 의미를 위한 여백이다.
존재는 사라짐 속에서 더 또렷해진다.
그리고 결국, 존재하는 것은 다 사라진다.
Immersed in Flame,pigment based inkjet print,80x60,2025
■ 작업노트
"Vanish and exist"
최근 경제 불황,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인간이 자초한 위기 외에도 튀르키에 지진으로 5만 명도 넘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우주여행을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 대자연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생각해본다. 그 무수한 죽음, 그리고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마음마저 먹먹하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
성경 전도서 1장 2절에는 '바니타스 바니타툼 옴니아 바니타스(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라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뜻의 구절이 있다. 이처럼 바니타스(vanitas)는 라틴어로 허무나 덧없음을 뜻하는데, 이를 주제로 17세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많이 그려졌다. 종교전쟁과 흑사병 등 비극적인 경험과 더불어 금욕을 대표하는 칼뱅 사상의 영향으로 화가들로 하여금 세상의 부귀와 명예를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시류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삶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해골, 촛불, 꽃 등을 그리는 것이 특징인데 여기서 해골은 죽음의 필연성을, 썩은 과일은 재물의 덧없음을, 촛불이나 시계는 인생의 짧음을, 꽃은 인생의 덧없음을 의미한다. 나는 폭발이라는 행위를 통해 현대적 기술로 재창조된 바니타스를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바니타스 정물과 현대 미술작품들을 오마쥬한 오브제들이 등장하고, 몇 만분의 1초로 오브제들이 폭발하면서 무규정한 다양성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또한 사람의 눈으로 인지 불가능한 속도로 폭발하는 오브제들이 롤링셔터 (전지셔터의 센서가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스캔되어 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보여 지고 있다. 유리나 플라스틱이 휘어지거나 예상 못한 형태로 늘어나기도 하였다. 실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이미지들을 엄청난 속도로 폭발하는 오브제와 롤링셔터에 의해 재현되어졌다.
정물 혹은 현대미술작품 그리고 기술이 가지고 있는 오류, 거기에 폭발이 만들어내는 연출된 우연을 통해 파괴되는 아찔한 순간을 촬영하였으며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결혼제도의 문제점은 드레스에 부케를 폭발시켜보았고, 물질 만능주의를 깨지는 항아리나 재물을 상징하는 과일의 폭발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죽음 앞에 겸허하자는 바니타스적 메시지와 함께 폭발을 통한 끝이자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의 우리는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곤 한다. 익숙한 것들은 그것들이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부재가 존재를 대신한다고 말했다. 이는 소중한 것이 사라졌을 때 그 소중함을 깨달을 , 때가 있다. 가까울 때는 몰랐다가 멀어지고 나면 빈자리를 느끼는 것과 같다. 나는 폭발로 사라지는 이미지를 통해 오히려 존재를 강조하고 싶고, 그 찰나의 모습을 통해 존재의 소중함을, 불쾌한 아름다움을 향유하려는 의도이다.‘사라짐’으로 ‘소중함’을, ‘파괴’를 통해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라지고 존재한다.
이고은
moon jar#01.pigment based inkjet print,133x100,2023
■ 작업의 과정
총알의 움직임은 400(m/s)이며, 처음 발사시에는 1000m/s 이다. 총알이 공기의 저항을 받았을 시 움직임은 대략 1/40000의 셔터스피드에서 완전히 정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하는 이미지는 폭발의 처음 순간이므로 이것을 완벽하게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도의 셔터스피드가 필요하다. 촬영에 사용된 전자뇌관의 처음 폭발 속도는 약 2000(m/s)라고 한다. 이것은 총알의 발사시의 속도보다 빠르다.
폭발의 순간을 사운드 트리거로 잡아내려 했으나 음속은 실제 폭발의 순간보다 느렸다. 특히나 유리나 플라스틱과 같은 오브제들은 폭발시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 그것을 사운드 트리거로 촬영하는 것을 불가능했다. 그래서 고안된 방식은 카메라의 릴리즈 케이블과 폭발을 제어하는 기폭장치를 하나의 케이블로 엮는 것이다. 두 개의 선 (카메라와 폭약 기폭장치) 이 하나로 연결되어 폭발과 동시에 촬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두 개의 선을 연결하더라도 특정 오브제에 있어서는 폭발이 촬영되는 순간보다 더 빨랐다. 그렇게 되면 소리와 동시에 촬영했어도 결과물에서는 어떠한 폭발의 상황도 찍히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고안된 방식이 폭발시간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장치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의 셔터는 촬영자가 시간적인 지연을 인지할 수 없는 순간에 촬영이 진행된다. 따라서 셔터릴리즈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촬영된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카메라마다 각기 다른 shutter response(lag) time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기폭장치와 셔터를 하나의 릴리즈 버튼으로 작동시킨다고 하더라도 결국 폭발과 동시에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을 해결하고자 전자적 제어 기술을 만들고 폭약의 시간을 수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셔터개방과 폭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그것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단일 보드마이크로 컨트롤러로 완성된 보드와 관련 개발 도구인 Arduino를 활용하여 회로를 구성하여 0.0001초까지 제어 가능한 영역의 시간 지연 회로를 제작하였다. 회로를 이용하여 폭발되는 피사체를 원하는 시간대의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카메라 셔터릴리즈 버튼의 누름 신호가 발생됨과 동시에 연동된 시간 지연 회로도 동작하며, 카메라가 동작을 마치는 0.02~0.03초의 지연시간을 두고 폭파 트리거를 동작시켜 카메라의 동작시간과 맞추게 된다.
오브제가 폭파되는 그 완벽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동작시간과 동시에 폭발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동일한 촬영 조건과 카메라 컨디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변하지 않는 동작시간을 유지하는 환경이 갖추어지면, 이것이 기준 시간이 되며 이 기준 시간에 맞추어 카메라와 연동된 폭파 트리거의 동작 시간을 지연 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작업에서는 phantom 초고속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였으며 영상은 vanish and exist, recovery 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는 폭발의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보여주며 두 번째 recovery 는 깨지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영상이다.
Grave for an Idea,pigment based inkjet print,60x90,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