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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플라밍고

정재린

정재린 | 소설가 @l__udvik


플라밍고


윤은 아내 민을 따라 갤러리로 들어섰다. 서로가 난처한 8일을 보낸 직후였다. 기역(ㄱ) 구조로 된 작은 갤러리였다. 안내대에 있던 리셉션 직원 섭은 아내에게 안내문과 엽서를 건넸다. 아내는 엽서 속 나비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남편은 정면에 있는 새들을 발견하고는 “오리인가?” 라고 중얼거렸다. “저어새래” 아내가 안내문을 읽었다.



윤민섭, 〈저어새〉, 2025


열 마리의 저어새는 각기 다른 유산균 제품박스-락토핏, KF94, 오네 등-위에 서 있었다. 남편은 저어새 발밑 락토핏 박스를 가리켰다“우리가 먹는 거군”.

아내는 무릎을 굽혀 저어새와 눈높이를 맞췄다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아”.

“당신이 움직여서 그래” 남편이 말했다.

아내는 안쪽 벽면에 전시된 사진을 향해 갔다 “이 사진 좀 봐. 사슴이랑 코끼리들이야”.

“사슴은 여기도 있어” 남편은 바깥쪽 사슴 조형물 앞에 멈춰 섰다. 사슴 주위엔 풀숲과 크고 작은 나무, 플라밍고 한 쌍, 그리고 큰 나무에 걸린 빨간 사과를 향해 팔을 뻗고 있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아내도 남편 옆에 섰다.



윤민섭, 〈Temptation〉, 2020


“나무에 뭐가 있는 걸” 남편이 말했다.
“사과잖아”
“말고”

그러나 민은 빨간 사과를 향해 닿지 않는 팔을 뻗는 어린 딸 아이를 볼 뿐이었다.

“당신 말대로 정말 움직이는데…” 윤은 확신했다.

민의 손에서 나비가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두 쌍이었다.


* 본 원고는 《윤민섭: 조응》(2.23-4.6, SVA앤드류장갤러리) 전시로부터 영감을 받은 초단편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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