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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끄트머리
보이지 않는 감각의 문턱
2026년 2월 5일 – 2월 14일
스페이스 성북 (성북동)
신년식 · 윤정민 · 정상현 3인전
운영시간: 오후 1시 –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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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소개
스페이스 성북은 2026년 2월, 서로 다른 감각적 방식으로 세계의 가장자리를 포착하는 세 명의 작가를 초대하여 《감각의 끄트머리 – 보이지 않는 감각의 문턱》을 개최한다.
조각·사진·설치라는 상이한 매체는 각자의 언어로
‘감각이 닿을 수 있는 한계’와 비가시적 경험의 층위를 탐색한다.
형태의 완결보다 과정의 흐름, 사건보다 미세한 움직임,
사물의 고정된 의미보다 관계의 변화에 주목함으로써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열어젖히는 감각적 실험을 제안한다.
세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속도와 진동으로 공명하며,
감각이 세계를 다시 읽어내는 순간을 관객의 경험 속에 세밀하게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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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소개 — 스페이스 성북 (성북동)
스페이스 성북은 서울가톨릭미술가회가 설립한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종교적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
동시대 예술이 지닌 감각적·사유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 공간의 운영 정신은 다음의 고전적 구절에서 드러나는
‘보이는 것 너머를 응시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 2 코린토 4,18
스페이스 성북은 이 문장을 종교적 선포가 아닌,
예술이 오래도록 탐구해온 가시성과 비가시성, 현상과 본질의 문제로 해석하며
역동적인 현대미술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공간의 철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해,
감각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과 존재의 징후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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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작가 및 작품 개요
● 신년식 (조각 · 사진)
신년식은 오랜 시간 나무와 관계를 맺으며
목리와 결 속에 응축된 시간의 압력, 표면 아래의 미세한 긴장에 귀 기울인다.
나무가 스스로 열어 보이는 흐름, 첫 선이 긋히기 직전의 떨림—
그의 작업은 이러한 **‘조각 이전의 감응’**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형태가 확정되기 이전의 경계,
나무가 막 열리기 시작하는 시간을
조각과 사진으로 병치해 제시한다.
완결된 조형보다 머무른 시간, 가능성의 틈,
나무가 스스로 발화하는 듯한 징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년식, 그림자의 도면 - 사라질 선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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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민 (사진)
윤정민은 고인돌과 바위가 지닌 오래된 표정—
시간이 남긴 표면의 기억을 응시한다.
그에게 바위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죽음의 시간이 층층이 쌓인 고유한 존재이다.
숲의 계절과 흙빛이 교차하는 화면 속에서
이끼와 짙은 녹색의 결은 느린 자연의 호흡을 드러내고,
정적이고 응축된 장면은 수묵화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윤정민의 사진은 풍경을 장식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세월의 흔적이 불투명하게 겹쳐지는 바로 그 순간—
바위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관객으로 하여금 되새기게 한다.
윤정민, 고창’24_II, Archival Pigment Print, 65.4x98c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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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현 (설치 · 혼합재료)
정상현은 빛·중력·소리·재료의 물성이 한 공간 안에서
겹치고 굴절되는 조건을 설계한다.
사물을 단순히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발생하는 환경적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관객의 몸이 공간을 새롭게 읽어내도록 이끈다.
빛의 각도, 재료의 높낮이, 움직임에 반응하는 미세한 진동들은
서로 맞물리며 하나의 감각적 사건을 구성한다.
그의 설치는 완결된 장면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의 움직임과 감각의 리듬을 다시 호출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정상현, 데칼코마니, LCD모니터,HD플레이어,디지털인화, 161x55x9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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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취지
《감각의 끄트머리》는 단일한 해석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감각의 층위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세계의 구조를 다시 질문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감각하게 만들 것인가?”
형태가 희미해지는 가장자리,
시간과 물질이 만나는 틈,
존재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미세한 순간—
이번 전시는 그 문턱을 관객이 직접 체감하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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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정보
• 전시명: 감각의 끄트머리 – 보이지 않는 감각의 문턱
• 기간: 2026년 2월 5일 – 2월 14일
• 운영시간: 오후 1시 – 오후 5시
• 장소: 스페이스 성북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80, 성북동 기도의 집 1층)
• 참여 작가: 신년식 · 윤정민 · 정상현
• 문의: space-sb@naver.com / 02-766-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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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끄트머리 — 보이지 않는 감각의 문턱
동시대 미술에서 ‘감각’을 다시 묻는 세 개의 방식
오늘날 ‘감각’은 과잉된 이미지 환경 속에서 가장 쉽게 소모되는 개념이 되었다.
보이는 것, 자극적인 것, 즉각적으로 해석 가능한 것은 빠르게 소비되지만, 그 이전의 미세한 떨림과 인식 직전의 상태는 좀처럼 전시의 언어가 되지 못한다.
《감각의 끄트머리 – 보이지 않는 감각의 문턱》은 바로 그 지점, 아직 의미로 굳어지지 않은 감각의 가장자리에서 출발한다.
이 전시에 참여한 신년식, 윤정민, 정상현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완결된 형상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이 형성되기 직전, 인식이 고정되기 이전의 상태를 각기 다른 매체와 태도로 드러낸다. 이들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감각이 발생하는가’를 질문한다.
신년식의 작업에서 감각은 형태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그의 조각과 사진은 결과물이라기보다 과정의 잔여물에 가깝다. 나무는 조각되기 이전의 상태로 남아 있고, 그 위에 그어진 선과 작도의 흔적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으로 머문다. 이는 조각이 완성되는 순간보다, 조각이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갈래의 시간을 감각하게 만든다. 신년식에게 조각은 형태가 아니라 머뭇거림의 상태, 즉 감각이 결정을 유예하는 순간이다.
윤정민의 작업은 감각의 불안정성을 시각적 긴장으로 전환한다. 재료와 구조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태로 배치되며, 관객은 안정적인 감상의 위치를 쉽게 확보하지 못한다. 그의 작업에서 감각은 편안한 인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정되고 재배치되어야 하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는 감각이 본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흔들린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정상현은 감각을 지각의 최소 단위까지 환원한다. 빛과 공간, 설치의 구조는 관객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며,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감각은 대상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몸과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사건에 가깝다. 그의 작업은 감각이 ‘보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이 전시는 감각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각이 설명되기 이전의 상태를 전시장 안에 남겨둔다. 세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향을 취하지만, 공통적으로 감각을 하나의 결과나 효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이 발생하고, 지연되고, 어긋나는 과정을 그대로 노출한다.
AI 이미지와 자동 생성된 시각 언어가 범람하는 동시대 미술 환경에서, 이 전시는 기술적 새로움이나 화려한 형식 대신 감각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효율과 즉시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대한 미묘하지만 분명한 저항이기도 하다.
《감각의 끄트머리 – 보이지 않는 감각의 문턱》은 감각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전시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어디에서 감각이 시작되었는가를 묻는 전시.
그 질문은 전시장을 나선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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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신년식 (조각가, 본 전시 참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