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심리학적 풍경: 나무의 영혼을 찬미하다≫
○ 전시기간: 2025. 10. 26.(수) - 12. 31.(수) / 31일간
○ 전시장소: 모란 스페이스(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118)
○ 참여작가: 김희자
○ 장르: 회화
○ 주최: 모란미술관
○ 주관: 영은미술관, 모란미술관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지역전시 교류 활성화 사업)
○ 전시서문
김희자 심리학적 풍경:나무의 영혼을 찬미하다
우주만물에 대한 성찰
조은정 | 미술사학, 미술비평
김희자의 작품은 나무, 돌, 거울과 같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드넓은 바다가 나무의 결을 따라 파도를 드러내고 때론 작은 집 안에 작은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그것은 이국에서 지독한 고독과 내부에서 일어난 심적 고통이 파도와 함께 밀려오는 통점의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 결혼의 제도, 디아스포라와 같은 것들을 대면하는 용기에 대한 기록의 현장이기도 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가 영은미술관 레지던시에 머무는 것은 일종의 배수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로 살아가기의 장소와 몸을 규정하는 것, 그것은 흔히 생각하는 나이먹은 여성들이 하는 행동은 아니다. 그는 철저히 작가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곳에서 몸서리치던 넓은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되던 바다와 하찮은 돌멩이와 집 속의 작은 여인에 대한 연민을 담은 대면을 마치고 숲속, 밤하늘을 들여다보는 전환을 보여주었다. 영은미술관에서 발표한 일련의 작품전을 보며 도약, 성장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끊임없이 자신의 상처를 붙들고 통곡하는 어린아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상처는 딱지가 앉게 내버려 둔 채 깊은 호흡으로 존재를 묵상하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작가를 맞이하였던 때문이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내면을 응시하던 <관조>의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선정에 든 인물로, 그리고 무상(無想)을 관조하고 텅빈 충만을 향한다. 나이가 들면 주변의 것들을 털어내고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지만 그 또한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거친 파도를 담은 바다가 나뭇결에 담기고, 그 나무의 기억들이 울울한 숲속으로, 머리 위에 반짝이던 별들로 나타난다. 형상이야 무엇이든 결국 우리가 김희자의 화면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나무라는 물질을 통해 육화한 인간의 고뇌와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나무의 영혼에 대한 찬미, 그것은 나무처럼 살아낸 우리 모든 인간의 삶에 대한 경의이자 그것을 품어준 모든 우주존재에 대한 감사함의 만트라이다.
인간 삶의 끝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누구도 다른 데 이르지 않지만, 그 여정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가슴을 뛰게 한다. 알바트로스를 만나고, 영혼의 교향곡을 들으며, 초월자의 집을 지나 윤슬에 감탄도 하고 가없는 기도를 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된 여정일까. 생각해본 적도 꿈꾼 적도 없는 여행에서 알바트로스를 알아보고, 귓가에 울리는 교향곡을 듣기 위해 열어야 할 것은 무형의 마음인 것을 또한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