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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KIM Kyung 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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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형상 회화로 구축한 생태적 주체의 재현
- 들뢰즈와 랑시에르, 그리고 한국적 기호의 융합미학


금보성 | 백석대 교수, 한국 예술가협회 이사장


김경화 작가의 회화는 단지 시각적 인상주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의 작업은 형태와 색채, 움직임과 기호가 얽힌 복합적 층위의 공간이다. 그것은 캔버스를 초월한 인식의 장이며, 그안에서 우리는 인간주체와 자연, 기계, 신화, 그리고 기억의 층들이 충돌하고 해체된고 재구성 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김경화의 회화는 결국 '존재가 말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조형언어다.

중심없이 번저나가는 기호, 반복되는 곡선과 화살표, 나선은 '고정된 자아'라는 근대적 환상을 붕괴시키고, 탈중심화된 주체의 유기적 생성을 시각화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녀의 작품이 '생태적 회화(ecological painting)로도 읽힐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태는 단순히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인간-비인간-기계가 상호 침투하며 이루는 존재론적 공존의 방식이다. 이른바 브루노 라투르가 말한 '네트워크된 존재'로서의 생태계로 식물적 유기체, 기계적 패턴, 새와 같은 동물 도상, 그리고 해체된 인간의 형상이 혼용되며 단일한 주체가 아닌 다중적 존재의 가능성을 전개한다.

이러한 회화의 언어는 자크 랑시에르가 제시한 '감성의 재배치' 와도 맞닿아 있다. 회화는 단지 보는것이 아니라, 감각하는 방식 그 자체를 전복하고 재편하는 정치적 행위다. 김경화는 기존 회화문법을 교란시키고, 익숙한 이미지의 의미를 해체하며, 그 자리에 불확실한 감각의 층위를 위치시킨다. 이는 회화가 작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도구라는 환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 그대신 회화는 '질문하는 기호의 장'이 된다. 그림속 새는 단지 동물적 이미지가 아닌, 고대의 토템, 도시의 생존자, 혹은 인공지능의 시뮬라크라 일수도 있다. 이 불명확한 존재는 회화내내 반복되며, 관람자는 이 새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하게 된다. 이는 곧 주체의 불확정성, 언어 이전의 상상력, 그리고 존재의 다층성을 제기한다. '이 새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일 수도 있는가 '라는 가능성의 기호다.

형상은 상징으로 전이되며, 상징은 다시 순수한 색과 선의 흐름으로 환원된다. 이는 언어가 언제나 의미에 도달하지 못하는 지연(differance)의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김경화는 이 화화적 언어를 통해 의미 이전의 감각적 경험, 즉 '말해지지 않은것들의 언어'를 구사한다.

밝은 형광색과 대조되는 짙은검정의 중첩, 비의도처럼 보이는 붓의 흔적들은 마치 초현실주의적 자동기술법(automaisme)을 연상케 하며, 무의식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 무의식은 단지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상상력의 층위에서 '비가시성의 정치학'을 구성한다. 붉은색의 확산과 분출, 노란별과 원형나선은 '경고' ‘재생' '기억'이라는 상징체계를 일시적으로 호출하면서도, 다시 미끄러져버리는 방식으로 관람자의 감각을 지배한다.

그의 회화에서는 한국이라는 문화적 맥락이 느껴진다. 서구 중심 미술사내에서 발생한 개념들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한것이아니라, 그것을 한국적 문맥속에서 재전유하고 변용한 작업이다. 그의 회화에는 간헐적이지만 분명히 드러나는 민속적 기호, 무속적 색감과 원형문양이 나타난다. 이들은 종교적 의례나 생명순환의 리듬, 혹은 토착적 상징체계를 현대적 회화 어법으로 환원시킨 결과물이다. 이 모든것을 종합해 볼 때 김경화 작가의 회화는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을 넘어, 미술이 어디까지 사유할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회화의 종말이후 '회화 이후의 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언어 이전의 감각을 호출하며, 존재의 분산된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녀의 회화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회화는 무엇을 할수 있는가? 그 대답은 명확하다. 회화는 말할수 없는것을 말하는 힘이다. 김경화는 그것을 알고잇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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