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의 미술 생태계 균형화 프로젝트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
부산시립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시작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전시는 정례전으로서 지금까지 총 17회를 거치며 부산 지역의 76명의 청년 작가들을 소개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올해부터 작가 공모제로 전환해 ‘부산작가 글로벌 프로모션’을 주창하며, 보다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NEW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프로젝트는 다음 네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째, 지역성의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글로컬리티 담론을 제시. 둘째, 학예연구실 내부 인력뿐 아니라 국내외 미술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 셋째, 비평 워크숍, 국내외 전시 기회 제공, 네트워크 확장 등 다면적이고 장기적인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 넷째, ‘미술 생태계 균형화 프로젝트’라는 부제에 걸맞게 중앙과 지역 간의 간극을 좁히며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특정 주제나 개념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작가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2024년 작가 공모에서는 ‘부산을 중심으로 성장했다’고 스스로를 규정한 부산 출생·정주·출향 작가 158명이 지원했으며, 부산시립미술관 학예 인력과 국내외 미술 전문가들이 약 두 달에 걸쳐 총 세 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 8명의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선정된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본 전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1층에는 강이경, 김미래, 김태성, 박현성의 작업이 전시됩니다. 강이경은 회화와 판화적 실험, 설치미술을 통해 숨겨지거나 드러나지 않는 공간의 구조와 미완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탐구합니다. 김미래는 감정을 드로잉으로 시각화하며, 감정의 가변성과 서사적 특성에 주목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김태성은 회화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고, 이를 현대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는 실험을 선보입니다. 박현성은 신체와 외부 환경 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피부를 감각과 자극의 경계로 삼아 작업을 전개합니다. 2층에는 김미래, 박현성, 유장우, 유하나의 작업이 전시됩니다. 유장우는 자본주의와 기술이 만들어낸 사회심리적 구조를 분석하고, 감각과 개념이 형성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영상으로 탐구합니다. 유하나는 타자화된 존재와 그에 얽힌 정치적 맥락, 심리적 분열성을 주제로 사회 속 불안정한 상태를 실험적 서사로 풀어냅니다. 3층에는 김재원, 박지혜, 김태성의 작업이 전시됩니다. 김재원은 영상, 사진, 언어를 활용해 정체성, 질병, 기억의 확장성을 탐구하며, 퀴어 및 HIV/AIDS 관련 서사를 재구성합니다. 박지혜는 조각,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실수를 시각화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여덟 명의 작가를 떠올릴 때 공통적으로 느껴진 인상은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각 언어와 매체를 사용하지만, 모두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언어를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시의 시작을 설명하고자 수류만개(水流滿開)라는 표현을 떠올려 봅니다. 수류만개는 ‘물이 흐르고 꽃이 만발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참여작가 8명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며, 기획자는 작품의 표면적 성과보다는 그 깊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꽃이 피어나듯, 예술작품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작가만의 장점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본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성곡미술관의 공동 주최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전시에 함께한 모든 분들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시간이 흘러도 자연스럽게 기억될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
● 참여작가 소개
강이경 Lee Kang
“강이경은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회화, 판화적 실험과 설치미술을 연구하는 작가로서, 현대사회에서 존재하는 일상공간 속에서 숨겨지거나 드러나지 않는 구조, 혹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시각적으로 노출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작업은 불교 우주론의 순환적 본성과 고대역사에서 다루어지는 신화적 종교적 존재들을 탐구하며, 아시아 미술과 인문학의 다양한 대화를 탐구하는 창작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 강이경(b.1988)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판화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Entombed in Static》(2024, Klapper Hall Gallery, 뉴욕, 미국), 《우로보로스의 조각들》(2024, 금호미술관, 서울), 《순환구조》(2014, Gallery IS,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미국 퀸즈 컬리지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2024), 미국 샌포드 지하 연구소 레지던시(2021) 등에 참여하였으며, 제7회 BNK 부산은행 청년작가 미술대전 최우수상(2024)과 금호영아티스트(2024)로 선정되었다.
김미래 Mirae Kim
“김미래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드로잉으로 시각화하며, 감정의 가변성과 서사적 특성에 주목한다. 작가는 순간의 감정보다는 오랜 시간 축적된 감정을 채집해 연출된 상황과 이야기의 흐름 속에 담아낸다. 2024년부터는 평면 회화에 목공 작업을 접목한 형태적 변형을 시도하며, 여성이자 엄마, 예술가로서의 감정을 평면과 나무 오브제로 엮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김미래(b.1984)는 홍익대학교 프로덕트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돌_야광별》(2024, 홍티아트센터, 부산), 《꿀렁꿀렁 쑤욱 쓰윽》(2022, 미학관, 서울), 《‘휱-잉’, 오래된 돌림노래의 허밍》(2020, 플레이스막2, 서울), 《펑》(2014, 아트스페이스 휴, 경기 파주)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자아 아래 기억, 자아 위 꿈》(2023, 서울대학교 미술관), 《순환하는 밤》(2019, 경기창작센터, 안산), 《뉴 드로잉 프로젝트》(2018,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부산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2024),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2019),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2015)로 선정되었다. 현재 부산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김재원 Jaewon Kim
“김재원은 영상, 사진, 언어를 기반으로 정체성, 질병, 기억의 확장성을 탐구하며, 퀴어와 HIV/AIDS를 중심으로 질병 개입 이후의 환경을 다룬다. 작가는 질병이 가려지고 배제되는 존재들의 의미를 추적하며, 시선의 흐름을 재구성해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경험자이자 관찰자로서 기억을 곱씹는 태도와 열린 서사를 제시하며, 언어적·비언어적 실험을 통해 질병의 힘과 공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퀴어적 실천으로 HIV/AIDS 서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김재원은 동아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Hazy Scenes》(2023, 엘리펀트스페이스, 서울), 《로맨틱 판타지》(2021, 공간사일삼, 서울), 《그때 벨이 울리지 않았다면》(2020, ROOM 806-2,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만 C-lab(2025, 타이베이),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23, 서울)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스크리닝으로는 《Being & Belonging》(휘트니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등 총 28개국, 2022), 《Day With(out) Art: Asia Focus》(2024, 공동기획)을 진행하였다. 제12회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발 경쟁작(2017) 및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작가(2024)로 선정되었다.
김태성 Kim Taesung
“회화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회화는 강력한 표현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현대 예술은 다양한 매체와 확장된 표현 방식을 추구해 왔다. 이에 따라 회화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김태성의 작업은 회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하여 전통적 매체를 넘어 동시대적 조건에서 회화의 새로운 역할과 가치를 모색하고자 한다.”
- 김태성(b.1997)은 신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뒤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서양화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전용(轉用)회화》(2024, 린파인아트 갤러리, 경기 하남), 《Team Rocket》(2023, 뮤지엄 원, 부산), 《데이터의 물질화》(2022, 전리단갤러리, 부산)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부산 예술지구P(2023),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갤러리(2022)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박지혜 Jihye Park
“저의 작품은 입체와 설치를 기반으로 글, 영상, 퍼포먼스까지 확장된 조형적 에세이 형식을 띱니다. 알면서도 반복하는 실패, 닿을 듯 닿지 않는 용서의 시간을 통틀어 저는 현재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인간의 불완전성',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와 모순이 관계 안에서 다양하게 소화되는 모양을 추적합니다.”
- 박지혜(b.1987)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서 입체조형전공으로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우리 집에 가자》(2024, 인사미술공간, 서울/스페이스 위버멘쉬, 부산), 《아들의 시간 1/2》(2022, 한국근대문학관, 인천), 《영광의 상처를 찾아》(2019, 송은아트큐브, 서울), 《평범한 실패》(2018, 갤러리조선, 서울), 《붉은방》(2014, 유중갤러리,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9년에는 《나는 내일 사라질 거예요》 전시기획을 고양레지던시에서, 2015년에는 아마도예술공간 《제3회 아마도애뉴얼날레 : 목하진행중》 등의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하였다. 부산 예술지구P(2024), 인천아트플랫폼(2023),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9)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였으며, 『실전작업요가』(2015) 『표준의 탄생」(2018), 『우리 집에 가자』 (2024) 등의 글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부산과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박현성 Hyunsung Park
“귀국 후, 어떤 공간에도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잠재적 이동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영원히 소유한 공간을 갈망한 끝에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 장소는 외부가 아닌 나의 피부 속 공간이었다. 피부는 단순한 신체의 표면이 아니라 내면과 외부를 연결하는 경계이자 감각을 흡수하고 발산하는 다층적 통로다. 그리하여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피부를 중심으로, 신체와 외부 환경 간의 긴장과 조화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 박현성(b.1991)은 독일 뮌헨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페터 코글러 (Peter Kogler)의 사사 하에 마이스터슐러린 학위를 취득하였고 디플롬 과정을 졸업했다. 《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2024,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부산), 《나는 어떻게 채워야하는지 모른다》(2024, 스페이스 위버멘쉬, 부산), 《Alles offen》(2020, Sommergalerie Zöbing, 죠빙, 오스트리아)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박현성․임지현 2인전: Skins》(2024, 파이프갤러리, 서울), 《박현성․한성우 2인전: Pure Emotion》(2024, 갤러리플레이리스트, 부산)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21년 독일 킥스타터 졸업생 지원 장학금을 받았으며,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유장우 Jangwoo You
“유장우는 자본주의와 기술의 교차점에서 형성된 사회심리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개인의 감각적 경험과 사회적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소비되는지를 연구한다. 최근 자본주의와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인한 감정과 주체성 상실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 유장우(b.1985)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독일 뮌헨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디플롬·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졸업하였다. 《너의 마음》(2024,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너의 실패는 나의 미래》(2022, 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구분할 수 있는, 분간할 수 없는》(2020, 탈영역우정국, 서울), 《소진되는 몸짓》(2019, 스페이스 XX,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22년 수림미술상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유하나 Hana Yoo
“유하나는 영상과 설치를 기반으로, 타자화된 존재와 그에 얽힌 정치적 맥락, 그리고 심리적 분열성에 주목한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양면성과 그 경계가 전복되는 지점에 관심을 두며, 그 불안정한 상태를 시각적으로 탐구하고 실험적 서사로 풀어낸다.”
- 유하나(b.1987)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으며 현재 아카데미 데어 쿤스트(AdK), 베를린 예술가 프로그램(BPA) 펠로우쉽에 참가 중이다. 작업은 개인전 《엘보룸》(아쿠드갤러리, 베를린, 독일), 《챔버》(탈영역 우정국, 서울), 《히스테릭 C》(디스쿠어스 베를린, 독일), 단체전 트렌스메디알레 2025: 세계문화의집(베를린, 독일), 포토뮤지엄 (빈터투어, 스위스), 유러피안미디어아트 페스티발(EMAF),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발(2020) 등을 포함하여 국내외 여러 곳에서 상영 및 전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