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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윤: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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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till life series 〈모란화병도〉에서 시작된 ‘화합시리즈’:

꽃을 소재로 작업하는 ‘화합시리즈’의 ‘화합’은 나의 삶에서 일상과 작업이 만나고 나의 작업 속에 동양과 서양이 혼재하고 삶의 여러 관계가 어우러진, 꽃이라는 대상에 천착하는 화합(花合)일 수도, 사전적 의미의 ‘화목하게 어울린다’는 화합(和合)일 수도, 이 모든 것이 화학적으로 섞여 새로운 방향을 드러내는 화합(化合)일 수도 있다.

직장인으로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유시간’을 가지던 나는 기존에 가졌던 삶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에 대한 겸손과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대한 결과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비로서 학창 시절 꿈꾸던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가로서 첫 발을 딛은지 8년 차인 현재, 내 작업 전반에 흐르는 메인 키워드는 화려함(Colorful)과 깨끗함(Clear)이며, 인생을 견뎌낸 이라면 예외 없이 누구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대한 존경과 헌정의 내용을 담아 2018년부터 중의적 의미의 화합을 주제로 시리즈 작업에 몰두해 있다.

전통의 재현으로 시작된 나의 작업은 인물, 식물 등 주변 일상부터 거쳐 특히 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다루어 왔다. 기존 한국화에서 꽃은 원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내가 굳이 수묵이 아닌 석채라는 재료를 통해 꽃이라는 소재를 표현하게 된 것은 작업의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세상의 만물은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며, 이러한 개개인의 개성을 가공없는 원색으로 다채롭고 찬란하게 극대화하며 깨끗하게 표현할 수 있는 소재가 꽃이며 재료는 빛을 받으면 하나하나 개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석채와 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은 전통 채색화의 기법을 따르지만, 동시대적인 감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이른바 오서독스(Orthodox)한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나만의 미감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사진가인 데이비드 라샤펠의 2011년 작인 〈Earth Laughs in Flowers〉로부터 영향을 받은 ‘정물화 시리즈’는 화려한 꽃, 오브제와 더불어 짙은 파란색의 배경, 흡사 안나 수이(Anna Sui)의 디자인을 차용한 듯한 액자와 어울려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감성이 작품 속에 혼재한다.

‘화합시리즈’는 전통적인 화조화와는 다르지만, 동양화 속에 내재한 생명이나 자연미, 복을 기원하는 의미와 16세기 서양에서 발달한 바니타스(Vanitas) 그림이 지니는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즉 ‘죽음 앞의 겸손’이라는 상반된 의미가 혼재해 있는 기묘한 감성을 뿜어낸다. 또한 과거부터 꽃을 화려함과 개성을 드러내는 소재로 좋아했던 개인적 취향을 더해 2019년 이후 꽃들로만 이루어진 ‘부케 시리즈’로 확장해 나아갔다. ‘정물화 시리즈’에서 발전한 ‘부케 시리즈’는 파란색 배경에서 나아가 다양한 배경 속에서 좀더 화려하고 장식적인 면이 도드라진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연출한 김원석 감독의 제작 소감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 세대에 헌사”라는 인터뷰를 본 적 있다. 부모님 세대 뿐일까.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지금까지 견뎌낸 이라면 예외 없이 누구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대한 존경과 헌정의 마음을 담아 작업한 화합시리즈는 세계의 뉴스를 장식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주목받지 못하는 이른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세상을 만들어가고,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모든 숨은 주인공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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