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라는 커다란 ‘종(human race)’에 속해 있으며 ‘나’라는 하나의 객체로서 살아간다. 인간은 오랜 세월 퇴적되어 쌓인 거대한 삶이라는 범주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개인의 삶을 구축한다. 작가는 인류의 문명,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신화와 같은 힘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cho of ancient myths]는 문명의 흔적을 따라 인류가 만들어 낸 오랜 시간의 울림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냈다.
작가는 동굴 벽화나 고대 신화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인간 내면에 쌓인 서사들을 풀어내는 반추상화(Semiabstract painting) 작업을 한다. 반추상화 작업은 작가 내면에서 형성된 에너지와 무의식이 쌓여 토템과 같은 의식을 만들어낸다. 토템(Totem)은 작품 세계에서 작가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존재나 형태를 지칭하는 의미이자 상징으로 쓰인다. 인류는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는 습성을 토대로 서로 연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인간이라는 ‘종’의 무리가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하고 무리의 힘으로 종교와 같은 실존하는 힘을 얻게 되어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로 표현된다. 작품의 키워드인 토템은 무언가에 의지하는 공동체의 믿음과 의식처럼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을 찾는 것에 주된 의미가 있다. 그의 작업은 오랜 역사와 시간을 거쳐 인류 문명에 누적된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주로 쓰이는 소재는 손과 발, 근육 그리고 눈이다. 이 소재들은 자유롭게 해체되고 조합되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손과 발은 인간의 생을 향한 의지를 나타내고 근육 또는 신체 내부의 여러 기관과 같은 것들은 처음 죽음을 인식했던 자전적 기억을 내포하며 눈은 삶의 방향성을 담아낸다. 신체의 한계를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형태를 빌어 이를 극복하는 인간이 가진 특유의 의지를 나타내고자 신체의 형태가 상징적으로 쓰여졌다.
작품에서 표현된 신체의 여러 부분들은 각각의 개체로 보여지거나 하나의 개체가 되어 연결되기도 하며 프레임 안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동기술법(AUTOMATISM) 페인팅에 이색적인 개체의 조합은 작품의 형태 안에서 에너지와 힘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은 사전에 기획된 이미지나 스케치를 최대한 배제하고 즉흥적이며 직관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이다. 작가 스스로 내재하고 있던 형상을 무작위로 가져오기 위해 완성된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일련의 과정을 최소한으로 축소하여 순수한 형상을 온전히 담아재는 형태의 작업이다. 즉흥적인 작업 방식을 중점으로 하되 예술적 에너지를 불확실성에 의지하지 않고 작가만의 형상으로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