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저편, 떠오르는 심연 -
심정은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법칙에서 유리된 채 자유롭게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목재를 사용하여 부조로 제작된 이 작품들은 나무 특유의 질감이 주는 편안한 감각을 일깨우면서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일견 평온한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장면에는 어딘가 낯선 요소들이 공존하는데, 이를 통해 작품은 존재의 내면을 성찰하게 하는 새로운 지평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내면에 막연하게 존재할 이상향이기도 하고, 꿈속에서 경험한 비현실적인 풍경이기도 하며, 때로는 단절되어 고립된 자기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불안감을 희망과 행복한 꿈꾸기라는 명제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작가의 설명은 불안을 실존의 핵심으로 본 실존주의자들의 사유를 상기시킨다. 이 불안은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심리적 반응이라기보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이다. 심정은은 이러한 불안을 통해 존재의 심연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다시 상상력이 이끄는 꿈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여기서 꿈은 불안을 회피하기 위한 기제가 아니라, 오히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공간의 시학』에서 몽상(rêverie)의 개념을 통해서 설명했던 인간 존재의 본질적이고 창조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존재의 심연에 한 걸음씩 다가가려는 듯,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세밀하게 나무를 조각하는데, 반복되는 이 섬세한 행위를 통해 작가 내면의 몽상적 심상들이 함께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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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꿈・섬・집》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보여준다.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 내면을 발견하고 각자의 존재를 사유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심정은이 펼쳐 놓은 이미지들은 따뜻하지만 고독하고, 평온하지만 아슬아슬하며, 불안하지만 자유롭다. 무의식 저편에 숨겨진 자신만의 꿈, 섬, 집의 조각들을 불러내어 저마다의 내면의 심연과 조우하기를 기대한다.
< 글/김가은 (김가은미술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