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건호: 생명과 예술2025.4.8 - 5.25
함평군립미술관
전시 개요
전 시 명 변건호: 생명과 예술
전시기간 2025. 4. 08(화) ~ 2025. 5. 25(일)
관람시간 10:00am - 18:00pm (입장마감: 관람시간 30분 전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함평군립미술관 2전시실
아티스트 토크 2025. 4. 23(수) 오후 2시 30분
문 의 061-320-2276~8
함평군, 황금박쥐상 제작 변건호 작가 기획전… 4월 8일 개막
- 함평군립미술관, 5월 25일까지 특별전 운영 -
- 조형물과 회화작품이 전하는 ‘생명과 예술’ -
전남 함평군은 생명과 예술의 근원적 메시지를 담은 변건호 작가의 기획전 ‘생명과 예술’을 개최한다.
함평군은 7일 “변건호 작가의 기획전 ‘생명과 예술’이 함평군립미술관에서 4월 8일부터 5월 25일까지 열린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황금박쥐상을 제작한 변건호 작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생명의 탄생과 소멸, 혼돈과 질서 등 근원적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조명하는 자리다.
변건호 작가는 1948년 경남 진주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금속조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에 걸쳐 함평군의 의뢰로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변 작가는 생명이 지닌 유한성과 영속성, 그리고 혼돈과 질서의 관계를 조형적으로 탐구해 왔다. 대표작 ‘생명 시리즈’에서는 생명의 흐름과 소멸의 과정을 링거병, 불꽃, 물고기 등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금속 조각들로 유기적이면서도 구조적인 형태를 구축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변 작가의 조각뿐만 아니라 최근 새롭게 시도한 회화작품도 함께 선보이며 확장된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변 작가는 조형물을 촬영한 후 아크릴과 색연필, 금박 등을 덧입히는 기법을 활용해 생명의 순환과 우주의 질서를 평면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올오버 페인팅 기법과 다양한 재료 사용을 통해 생명의 의미를 더욱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함평군은 전시와 더불어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그리고 황금박쥐상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변건호 작가와의 대화’를 4월 23일 오후 2시 30분 함평군립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변건호 작가는 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며 생명의 근원과 그 순환적 속성을 탐구해 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생명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그의 깊은 철학적 질문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변건호의 생명과 예술
이태우 함평군립미술관장
1. 머리말
함평군립미술관은 이번 기획전을 통해 변건호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1948년생인 변건호는 생명의 본질과 생성, 소멸의 문제를 탐구하며, 이를 조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심도 있게 형상화해 왔다. 그는 주로 금속을 활용하여 유기적이면서도 구조적인 형태를 구축하며, 생명의 본질을 물질적 조형으로 구현해 왔다. 나아가 그의 관심은 생명의 경계를 넘어 더욱 거대한 차원으로 확장되었으며, 최근에는 우주 생성의 비밀과 그 신비로운 흐름까지 작업의 주요한 주제로 삼고 있다.
변건호의 조각은 생명의 본질과 특징을 시각화하고 고정되지 않는 자유로운 형태를 띤다. 이는 생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임을 상징하며, 생성과 소멸, 생장과 쇠퇴가 맞물려 순환하는 원리를 담아낸다. 특히, 그는 금속이라는 단단하고 영속적인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유기적인 곡선과 유동적인 구조를 통해 생명의 유연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한다.
최근 변건호는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 작업을 통해서도 이러한 탐구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조각과 회화를 함께 선보이며,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생명의 서사를 더 폭넓게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생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존재한다. 변건호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순환의 의미를 재고하고, 예술이 제시하는 근원적 질문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이 가능할 것이다.
2. 생성과 소멸, 혼돈과 질서의 형상화
변건호 작가의 주된 관심사인 ‘생명’에 대한 화두는 자연의 보편적 진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작가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들의 활동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
“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노력과 보람의 덧없음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작업은 바로 이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무한한 우주공간과 영원한 생명의 흐름 속에서 나의 존재는 왜소하기 그지없지만, 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 영원한 생명의 본질을 찾는 혼의 흔적들을 표시하는 것이다.… ”
이 인용문은 1990년 개최한 개인전 《생성과 소멸 : 변건호전》 서문의 일부이다. 변건호는 생명의 속성으로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변화하는 가운데 생명의 영속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본다. <생명>(1980), <생 89-Ⅷ>(1989), <생 020912>(2002) 등의 작품은 생명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생명>은 생명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링거병’을 모티브로 한 것이며, 유리 링거병을 단단한 주석으로 주조하여 깨지기 쉬운 유리(생명)의 성질을 보완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생 89-Ⅷ>은 생명을 불꽃으로 표현한 것이다. 생명을 타오르는 불꽃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언젠가 소멸하는 유한한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생 020912> 또한 유리병 속의 물고기로 생명을 표현함과 동시에 깨어진 유리병에서 빠져나온 물고기를 통해선 죽음을 상징하며 생명의 이중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생명의 운명적 속성인 소멸을 더욱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는 <생성과 소멸 90-Ⅴ>(1990), <생성과 소멸 90-Ⅵ>(1990), <생성과 소멸 90-Ⅶ>(1990) 등이 있다. ‘생성과 소멸’ 시리즈는 생성과 동시에 소멸이 시작되는 현상이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구현한 조각 작품들이다. <생성과 소멸 90-Ⅴ>는 머리에 깃이 달린 유선형의 생명체가 새로운 생명체인 알을 낳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어미의 소멸이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생성과 소멸 90-Ⅶ>은 청동으로 제작된 조각 작품으로, 청동판을 뚫고 나온 아름다운 실루엣의 병이 새로운 탄생을 상징한다면, 녹아내린 병은 소멸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은 생명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생명의 본질적 성격을 조형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직접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작가는 작품에서 모호함을 배제하고, 관람자에게 해석을 위임하기보다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변건호 작가는 1995년을 기점으로 ‘혼돈과 질서’라는 새로운 화두를 선보였다. 혼돈과 질서는 상반된 개념이지만, 자연과 인간 사회에서는 종종 혼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예술에서도 무질서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특정한 구성 원칙을 따르는 경우가 있으며, 변건호의 작품 또한 혼돈 속에서 일정한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혼돈과 질서 95-Ⅳ>(1995)과 <혼돈과 질서 95-Ⅷ>(1995)이 있다. 두 작품 모두 구리 동선을 감아 형태를 만들었으며, 하나는 두께가 있는 평면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육면 입체 작품이다. 무수히 꼬이고 용접된 동선은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상태를 연상시키지만, 완성된 형태는 견고한 구조와 규칙성을 갖춘 질서를 보여준다. 이전의 ‘생성과 소멸’ 연작이 일정한 형태가 보이는 구상적 세계였다면, ‘혼돈과 질서’시기는 추상적 세계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3. 회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생명의 이야기
변건호는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주제인 생명의 탄생과 비밀, 인간과 자연의 연속성, 그리고 우주의 신비를 평면 작업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2022년 전시 《신 생명 조형전(Byun Kunho · Neo Cosmos Exhibition)》에서 발표한 작품들은 사진을 활용한 회화 작업으로, 기존에 제작한 조형물을 촬영한 사진 위에 아크릴, 흑연, 색연필, 금박, 은박 등의 재료로 그림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그는 조형물 제작, 사진 촬영 및 인화, 회화적 요소를 결합하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했다.
<Neo COSMOS, LIF-Ⅲ>(2022)은 링거병을 형상화한 <생명>(1980) 작품을 촬영한 사진 위에 컬러 연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각형의 색면을 더한 작품이다. 조형물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와 사진을 통한 공간감, 그리고 손맛이 느껴지는 회화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기존의 조각 작품을 회화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생성과 소멸, 혼돈과 질서 등 생명과 우주의 이치가 순환한다는 작가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진을 활용한 평면 작업에서 본격적인 회화를 선보인 것은 2023년 전시 《변건호 · Neo Cosmos Exhibition Ⅲ》이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과거의 나와 조우하는 동시에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에 집중하였다.”라고 밝히며, 한지와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 흑연, 크래용 등 다양한 재료를 중첩하여 두꺼운 질감을 구현했다. 작품 대부분은 특정한 형상을 배제한 채 화면 전체를 균일하게 채우며, 시각적인 리듬이 반영된 올오버 페인팅을 실현하고 있다. 동시에 색상의 대비, 붓질의 흐름, 선의 장단, 정적 요소와 동적 요소의 조화 등을 실험하며 회화적 가능성을 확장해 나간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여전히 물질과 정신을 통찰하는 여정이자, 시공의 융합”이라고 말한다.
4. 맺음말
변건호의 예술 세계는 초기 조각 작업에서부터 최근의 회화적 탐구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철학적 주제를 견지해 왔다. 그는 조각을 통해 생명의 본질과 순환성을 탐구하며, 단단한 금속을 사용하면서도 유기적이고 흐름이 느껴지는 형태를 구축했다. 링거병, 불꽃, 물고기 등의 모티프를 활용한 조각 작품들은 생명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운명적 속성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탐구는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형상의 구축을 넘어, 생명의 본질과 우주의 이치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최근의 평면 작업은 조각의 연장선에서 생명에 대한 탐구를 더욱 확장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조각이 지닌 물질성과 공간성이 사진과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재해석되면서, 변건호의 작품은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올오버 페인팅 기법과 다층적인 재료 사용은 생명의 흐름과 순환을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특정한 형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조각과 회화, 사진을 결합한 그의 작업은 하나의 고정된 개념을 넘어, 다양한 매체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실험적 태도를 보여준다.
변건호의 작품은 단순한 조형적 탐구를 넘어, 생명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조각과 회화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생명의 흐름을 형상화한다. 그의 작업은 보는 이들에게 인간과 자연, 우주가 맞물려 움직이는 거대한 질서를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며, 생명이 지닌 유한성과 영속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가 변건호의 예술적 탐구를 공유하는 장이 되어, 그의 작품이 제시하는 철학적 물음 속에서 우리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변건호, 생성과 소멸 90-Ⅴ, 1990, 동, 황동, 청동, 30x115x3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