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청호 환경미술제 《자연스럽지 않다면》
2020년부터 대청호의 환경 가치에 대해 다루어왔던 대청호 환경미술제는 올해 《자연스럽지 않다면》에서 자연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물, 흙, 나무 등 자연 재료를 주요 소재로 대청호의 환경과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극심한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량 증가, 환경오염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의 해법과 생태적 대안으로서 자연과 자연의 구성 요소인 물, 흙, 나무 등의 재료에 주목하였다. 자연은 우리를 둘러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탄소를 포집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자연을 가까이서 인식하고 그 본질에 대해 감각하는 경험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자연스럽지 않다면’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연이 더 이상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때, 그 변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담았다. 이는 자연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경각심과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상상하는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충청권의 식수를 책임지는 대청호 역시, 본래 자연이 아닌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조성된 인공호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길 의도하였다.
《자연스럽지 않다면》에서 작가 7명의 시선으로 대청호를 해석하고 자연에서 자각하기 어려운 이면과 감각을 가시화한다.
정지연은 자연의 힘과 빛의 흐름에 반응하는 야외 설치 작품을 통해 생명의 감각과 시간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대청호의 자연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구조물을 설치하여, 자연의 질서와 찰나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지나손은 대청호 수변의 침식과 퇴적, 수몰의 흔적이 뒤엉킨 지형에 생명의 집을 짓고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축적된 풍경을 시각화한다. 돌, 황토, 미나리 등을 활용한 이 작업은 생태적 흐름과 순환을 드러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예술로 인식하게 한다.
김준은 대청호에서 채집한 섬세한 자연의 소리를 공감각적 사운드 설치로 구현하며, 자연의 호흡과 리듬, 생태적 흐름을 청각적으로 드러낸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무심히 지나치던 자연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감각하고 사유하게 된다.
박정렬은 대청호 조성 전후의 풍경을 통해 수몰민의 삶과 그로 인한 상실의 정서를 응시하며, 흙을 활용해 사라진 땅의 시간성과 그 속에 깃든 농민들의 감정을 회화로 되살린다. 작품은 잊힌 기억을 기리고 회복을 제안하는 정서적 공간으로, 대청호의 역사적 층위를 시각화한다.
강인구는 버려진 대추나무 가지를 이어 유영하는 물결 형상의 설치 작업을 구성하고, 잘려 나간 나무가 다시 생명력을 회복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은 자연의 순환과 회복, 유기적 연결을 통해 인간 또한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은유한다.
차기율은 대청호 수변에서 수집한 돌을 드로잉과 설치로 구성해, 무심히 지나쳤던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돌의 시간성과 기억을 시각화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존재와 사유의 관계를 성찰하는 예술적 탐구를 이어간다.
김해심은 덩굴이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토양을 되살리는 존재임에 주목하며, 이를 생태적 둥지이자 관계의 상징으로 전시장에 구현한다. 대청호 수변에서 수집한 자연물로 구성된 이 작업은, 인간 또한 그 안에서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환기시킨다.
4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대청호를 ‘자연’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자연이란 무엇인가? 이번 전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자연스러움’이 지속 가능한지 되묻고, 자연을 소비해 온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자연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인가.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곧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번 전시가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우리가 자연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5 대청호 환경미술제 《자연스럽지 않다면》 작가 소개
강인구는 돌, 나무 등 자연물을 주요 재료로 자연이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모습을 시각화해왔다. 작품 <물결>은 전지(剪枝) 후 버려진 대추나무 가지들을 활용해 전시 공간 안에 물결처럼 유영하는 형상을 구성한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잘린 가지 하나하나를 의료용 종이 반창고로 이어붙이며, 마치 상처를 치료하듯 자연의 흔적을 보듬고 연결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엮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잘려나간 나무의 일부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군집을 이루어 생명성을 회복해나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나뭇가지 사이의 여백은 자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평화, 유연함, 수용과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생육력이 강한 대추나무는 비록 제 기능을 다하고 잘려나갔지만, 작가의 손을 거쳐 작품 속에서 다시 살아 흐르고,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서로 기대고 얽히며 살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물이 모여 흐름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유기적인 관계망 안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은유한다.
김준은 특정한 장소에서 채집한 소리를 바탕으로 사운드 설치 작업을 구성하며 감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경험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대청호 주변의 생태계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 안에 깃든 생존, 적응, 변화의 흔적들을 귀 기울이며 자연의 소리를 포착하였다. 바람과 물소리 같은 표면적인 소리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울림과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섬세하게 채집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지 못하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소리를 공감각적인 사운드 설치로 구현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 소리의 재현을 넘어, 자연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호흡과 리듬을 청각적으로 되살리는 예술적 탐구로 확장된다. 사운드를 통해 자연의 생명성과 흐름,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의 관계망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관람자는 소리를 매개로 대청호의 풍경을 새롭게 감각하고 사유하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냈던 자연의 미세한 진동과 울림은 그의 작업 안에서 다시 감각되며, 관람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감각을 재정비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김해심은 자연이 들려주는 느린 시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인간과 환경이 맺는 관계의 섬세한 결을 포착해왔다. 그는 생태계 안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는 생명들의 유기적 관계를 관찰하고, 이를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는 작업을 지속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청호 수변에 널린 덩굴과 나무 등 자연물을 수집해, 그것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이루는 모습을 전시장에 구현한다. 작가는 덩굴이 단지 얽히는 식물이 아니라, 지면을 따라 자라며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토양을 되살리는 재생력 있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 덩굴은 인간을 감싸는 하나의 생태적 둥지로 자리하며, 그 안에서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직관적으로 전하고자 한다. 덩굴로 짓는 새로운 집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얽히고 스며들어 하나의 생태적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관계의 확장성과 자연의 포용성을 드러낸다.
박정렬은 대청호의 시간성과 그 안에서 살아온 인간의 삶을 되짚으며, 대청호가 조성되기 이전의 풍경과 현재의 모습을 하나의 장면 안에 담았다. 작가는 수몰 지역에 뿌리를 두고 살아온 농민들의 삶에 주목하며, 그들이 일구어온 터전이 국가 주도의 개발 정책 아래 물속으로 사라진 현실을 성찰한다. 그는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상실과 아픔을 수확의 계절인 가을 풍경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그의 풍경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사라진 시간을 기리는 애도의 장이자, 회복을 향한 정서적 제안으로 작동한다. 그는 대청호 인근에서 수집한 흙을 화폭의 주요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수몰 이전 땅이 지닌 시간성과 감정을 물성으로 환원한다. 동시에 대청호가 자연 발생적인 호수가 아닌, 인공적으로 조성된 결과물임을 환기시키며 인간과 자연, 역사와 기억 사이의 긴장과 균열을 시각화한다.
정지연은 생명과 환경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자연 현상인 빛을 조형 언어로 전환해온 작가다. 빛은 물질이자 비물질이며 에너지이자 감각의 매개체로, 작가는 이를 통해 생명의 찰나성과 지속성, 그리고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자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설치 작업은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빛의 숲을 제안한다. 관람자는 직접 빛나는 조각 파편을 하나씩 걸며, 생명을 품은 숲을 만들어가는 공동의 행위에 참여하게 된다. 작품에 사용된 한지는 한국 전통 재료로, 빛을 부드럽게 통과시키며 고유의 따스함과 질감을 전한다. 동시에 만약 빛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이 작품은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빛이라는 자연적 요소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생명성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지나손은 침식과 퇴적이 겹겹이 쌓인 대청호 수변의 독특한 지형에 주목하여 현장 설치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품이 설치된 상당구 문의면 문산리 1-2번지는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가 축적되는 장소로, 돌과 흙, 나뭇가지 같은 자연 퇴적물뿐 아니라 초석, 맷돌, 사금파리처럼 과거 수몰민의 흔적들이 뒤섞여 있다. 작가는 이처럼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층층이 쌓인 이형 지대를 모든 생명을 품은 하나의 집이자 생명의 포자가 움트는 장소로 상상하고 그곳에 작가만의 물의 집을 만들었다. 돌로 그린 동그란 원형의 대지 안에 물을 정화하는 황토를 채우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미나리를 심어, 계절과 날씨, 수위에 따라 변화하는 대청호를 보여주고자 한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장의 CCTV를 통해 자연의 생태적 흐름을 관찰하게 하여 대청호를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 자연의 미세한 변화와 움직임을 목도하는 그 자체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하나의 예술임을 환기시킨다.
차기율은 자연의 순환성과 부유하는 영혼, 내면의 사유를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온 작가이다. 특히 자연물을 다룰 때, 그 형상이나 물성을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자연이 지닌 고유한 질감과 시간성을 존중하며 유지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이번 작업에서 그는 대청호 주변에서 수집한 돌을 중심으로 돌의 초상, 고고학적 풍경, 채집된 오브제라는 세 가지 주제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대청호 수변에서 발견한 돌 하나하나를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수많은 돌들을 마치 발굴 현장처럼 전시장에 재배치함으로써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묻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오브제의 배열을 넘어, 수변의 자연물이 축적해 온 시간성과 기억을 시각화하는 시도이자, 이름 없는 존재인 돌을 시간과 물질, 현존성을 품은 존재로 바라보는 사유의 과정이다. 이 작업은 자연을 단순히 대상화하거나 장식하는 차원을 넘어, 존재의 기록으로서 자연물을 재조명하고,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성찰하는 시도로 읽힌다.
2025 대청호 환경미술제 연계 조각공원 프로젝트: 정지연 《생명의 빛》
정지연은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 균형과 질서가 빚어내는 자연의 미학에 주목한다. 이번 조각공원 프로젝트에서는 태양빛과 중력,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그 흐름에 반응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반원 형태의 프레임에 원형 구조물을 매달아 자연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변화하는 거대한 프리즘을 만든다. 이 작품은 해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을 반사하며, 일출과 일몰, 계절과 날씨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그 안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나 장식이 아니라, 시간을 품고 있는 생명과 기억의 매개체가 된다. 이 작품은 단지 자연 풍경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대청호가 품고 있는 시간의 층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순간과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서, 관람객은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겹쳐져 존재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생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