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5 OCI YOUNG CREATIVES의 선정 작가인 이호수의 개인전 《Time And Machine》을 4월 10일부터 5월 24일까지 OCI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우리는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시계추의 미세한 흔들림은 크고 작은 균열을 만들며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시간은 스스로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진자처럼 각자의 리듬과 속도 속에서 다르게 펼쳐지는 사건들의 집합이다. 이호수는 이러한 시공간의 비선형성을 탐구한다.
키네틱 조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객을 시계추 너머의 세계로 이끈다.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작은 조각으로 압축되기도 하고 미술관 전체로 확장되기도 하며, 절대적 크기와 형태로 닫히지 않는 실체를 어렴풋이 드러낸다. 어둠과 빛, 고요함과 긴장감의 공존은 우리를 끝없는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Machine>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Time>을 작동시켜 주는 공기압력 장치, 두 번째는 각종 기계 작동음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주는 사운드 시스템이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기계들과 작가의 손을 통해 시간성을 부여받은 조각 작품들을 포함하며, 철조망, 전봇대 등의 요소로 야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장소다. 현실에 숨겨져 있는 벽 뒤의 파이프들, 건물 지하실의 대형 탱크, 외진 곳에 설치된 가스탱크 등을 연상시키는 연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유일한 영상 작업인 <untitled(a voice of the unknown)>는 창작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을 작가 본인의 내레이션을 통해 들려준다.
전시명 “Time And Machine”은 완결된 조각으로 제작된 <Time Machine> 시리즈가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Time>과 <Machine>이라는 개별적인 공간으로 분리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경험하는 어떤 감각 체계 그 이상의 것들 경험할 수 있는 통로로써 두 단어 사이의 “틈” 즉 “And”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촉각까지 아우르는 공감각적 몰입을 유도하여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Time Machine>을 해체함으로써 과거의 재현을 넘어서 현재를 비추는 새로운 담론의 장으로 관람자와 마주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Time>과 전시장 한 가운데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Machine> 두 가지로 나뉜다.
반사되는 표면을 가진 커다란 시계추 설치 작업 <Time>은 거대한 진자의 움직임으로 공간을 점유한다. 시간의 불가항력에 최면이 걸리듯 어두운 통로를 지나 마주하는 <Machine>은 마치 시공간의 이면을 목격한 듯 생경한 풍경을 선사한다. 안과 밖, 오래된 것과 새것, 인공과 자연을 대변하는 조각들은 차원의 벽을 허물며 사유할 수 있는 틈을 만든다.
이호수 Lee Hosu
이호수(1990~)는 시카고예술종합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다. 키네틱 조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이호수 시공간의 비선형성을 탐구한다. 이번 OCI미술관 개인전 《Time And Machine》에서는 이전에 조각적 객체로 제작했던 <타임머신>을 공간으로 확장시켜 미술관 건물을 몸체로 구성한다. 진자의 움직임이 불러일으키는 최면적 감각과 시공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